의대생이 만든 사업, 닥터 나우
친구를 통해 닥터나우라는 앱을 알게 되었다. 원격의료와 약배달을 주로 하는 플랫폼 앱이었다. '진료부터 약배달까지 30분'. 의사인 나조차도 평소 병원가는게 귀찮은데 일반사람들은 오죽할까? 너무나 명확한 수요가 있는 사업모델이었다. 이런 서비스가 왜 이제까지 없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초에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약처방은 반드시 대면진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규제가 완화되었다. 그 틈을 타 닥터 나우는 2020년 12월에 앱을 출시했다. 시대의 변화에 약삭빠르게 탑승한 것이다. 대단한 판단력이다.
사업하면 절대로 안되는 직업, 의사
하지만 안타깝게도 닥터나우는 의사들 사이에서 욕이란 욕은 다 듣고있었다. 의사들이 모인다는 커뮤니티 '공중보건의사 갤러리'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물론 이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람은 모두 자의식이라는 방어기재를 가지고 있다. 자의식은 개인의 인격 붕괴를 막아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저사람은 금수저니까 성공했지", "저 사업은 보나마나 망할꺼야" 같은 생각이 대표적이다. 자의식은 나보다 성공한 사람에 대한 열등감(불편함)을 해소해 준다.
위의 사례는 대표적으로 '자의식 괴물'이 된 사람들의 모습이다. 실행도 하지 않았으면서 사업이 망할 이유만을 분석한다. 의료법을 예시로 들며 회사를 고발하고, 저주한다. 본인의 기분은 나아졌을지 모르나 딱히 변한건 없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의사들이 위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경우 자의식이 아주 강하다. 보통 의사들은 의과대학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으로 이어지는 11년의 커리큘럼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을 만날 일이 매우 적다. 옆에서는 성공한 인물로 추앙해준다. 엘리트의식이 강한 집단에서 11년을 생활하는 셈이다. 사람을 '자의식 괴물'로 만들기 딱 좋은 환경이다.
'자의식 해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사업을 봐도 배울 수 없다. 그저 질투하고, 저주하며 현재 생활에 안주한다. 배움이 없기 때문에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본문의 제목에서 말하듯이, 사업하면 절대 안되는 직업이 의사인 이유이다.
의사 뿐만 아니라 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명함이 주는 권위에 취하기 쉽다. 그러나 명함만으로 부자가 될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전문직도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여기서 경쟁력이란 자신의 분야 외에 활용할 수 있는 타이탄의 도구들을 말한다.
결론 :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플 수 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선 안된다.
신생 스타트업이 법적 제한이나 이익집단의 견제를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변호사 알선 앱 '로톡'역시 변호사들의 고발을 받은 적이 있다. '강남언니'의 대표는 현재 기소되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타다금지법'은 워낙 유명하다.
불법 사업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혁신적인 사업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이익을 꾀한다. 여기서 우리는 마찰을 감수하고 사업을 벌리는 사람들의 실행력을 배워야 한다.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 아이템을 만들지 않았다면 여기어때, 당근마켓 같은 유니콘 기업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창업자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나와 동갑이었다. 2020년에 창업을 했다고 했으니 한창 공부하던 의대생 시절 창업을 한 것이다.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니 본과3학년 휴학을 하고 바로 앱을 론칭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배울점이 많은 사람이다.
아무래도 그 사람을 직접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타이탄의 도구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앱은 혼자 만들었을까? 홈페이지 디자인은 외주를 맡긴걸까? 나라의 지원과 투자유치는 어떻게 성사시켰을까?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전국 대학병원에 퍼진 동기들과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볼 생각이다. 대화를 통해 창헙 노하우를 흡수하고, 나의 레벨을 한단계 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