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4년, 2015년 두번 수능 시험을 쳤다. 그리고 16학번으로 의대에 입학했다. 벌써 7년이 지났지만, 수능을 준비하던 당시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올해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내가 멘탈관리와 수능 만점(비록 5개 틀렸지만..)을 위해 했던 수능 전날 멘탈관리법을 풀어보려 한다.
수능 당일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한다. 아주 또렷하게
본인의 시험장이 발표되면, 한번쯤은 사전답사를 해주는 것이 좋다. 수능 당일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시험장에 도착하고, 책상에 앉고, 마무리 노트를 보고, 시험지를 받고, 종이 울리고, 시험지를 뒤집고 나서 문제를 풀기까지 모든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여기서 포인트는 시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어날 만한 모든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시험 직전의 긴장감을 없애주고 멘탈을 유지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었다.
제일 중요한것! 시험을 끝낸것에서 시뮬레이션을 멈춰선 안된다. 시험을 다 보고 집에와서 가채점표에 100점 동그라미 치는것까지 시뮬레이션을 해야한다. 목표는 수능을 치고 집에 무사히 오는것이 아니라, 수능 만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 경우 수능에서 미친 킬러문제를 찍어서 맞춰서 기뻐하는 모습까지 시뮬레이션을 했었다. 시뮬레이션 덕분인지는 몰라도, 나는 당시에 뒤지게 어려웠던 생2 20번을 찍어서 맞췄었다. 꼭 한번은 머릿속에 수능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의 모습을 쭉 그려보자.
시험 전날 모의고사는 아~주 쉬운걸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수능 한달 전부터는 파이널강의와 모의고사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사실 11월부터는 실력이 느는 시기는 아니다.
이 맘때쯤 서점에는 최상위권을 위한 킬러 모의고사들이 잔뜩 보인다. 나도 몇 번 풀어봤지만, 수학같은건 도저히 100분안에 풀 수 없게 해둔 모의고사들이다. 실력 향상과 불수능 대비에 도움은 되지만 한번 보고나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분을 최대한 방지해야한다.
평소라면 이런 기분은 공부에 자극이 되니까 긍정적이지만, 수능 직전은 다르다. 수능 직전에 가장 가지면 안될 생각이 '하, 아직 모자란데'이다.
수능 전날 나에게 해줄 가장 이상적인 말은, "이만하면 완벽해"이다. 얼만큼 준비했는지는 상관없다. 수능 직전은 긍정적인 멘탈이 필수이다.
그래서 시험 전날 모의고사는 아~주 쉬운걸로 푸는 것이 좋다. 커뮤니티를 보면 너무 쉬워서 도움이 안된다는 평을 받은 모의고사들이 많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전부 맞추는 경험과 자신감을 얻는 것이다.
커뮤니티, 단톡방 절대 출입 금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수능 전날에는 한두명과 부모님 외에 사람은 만나지 않는 편이 좋다. 무슨 대화가 오고갈지 모르고 그것이 멘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 오르비, 수만휘 같은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악플이나 저주를 하는 유저들 때문은 아니다. 바로 광고 때문이다.
커뮤니티에는 온갖 종류의 공부법과 문제집, 강의가 넘쳐난다. 그리고 수험생이라면 알고리즘에 따라 악랄한 광고를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수능 직전 수험생의 멘탈은 여기에 너무나도 취약하다.
"이 강의를 놓쳤다면 수능 망합니다"
"수능 출제위원이 유출한 모의고사"
이런 말도안되는 광고를 수능 전날 마주했다고 생각해보라. 안들어가고는 못배긴다. 만약 시간이 없어 못봤다? 수능 당일까지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킬러문제를 마주하면 제일먼저 전날 본 그 문구가 생각이 난다.
여기서 확실히 이야기 하자면 "XX안한다고 수능 망함" 같은건 까보면 전부 별거 없는 개소리이다. 혹시라도 봤다면 무시하는 것이 제일 좋고 애초부터 마주칠 일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일 좋다.
비슷한 이유로 같이 스터디 했던 사람들이 있는 단톡방도 들어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수능에 나오지도 않을 더러운 문제 들고와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꼭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들은 수능 금지곡 같은 거라서, 괜히 머릿속에 박혀서 잘 떠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애초에 마주칠 일을 없애는 것이 좋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찍은문제 전부 맞출 것이다.
원래 높은 조회수의 글을 쓰고 싶으면 앞서 보여준 광고멘 처럼 독자의 불안감을 유발하는 멘트를 제목에 내세우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엔 유리멘탈 수험생이던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올라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수능은 생각보다 정직해서 멘탈관리만 잘 되면 딱 노력하는 정도 나온다 (실수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얼만큼 준비했는지 모르겠지만, 앞서 말한 3가지 원칙만 따른다면, 적어도 수능 망했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글을 통해 기도해 줄 수 있는건, '운'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찍기 정도이다. 본인 실력에 추가로 찍은 문제도 싹 맞춰서, 예상한 곳보다 훨씬 높은 곳도 지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수험생 모두 수능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