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 2022. 11. 1. 10:59

CPR 잘못하면 고소? 선한 사마리아인 법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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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사고 당시 구조인력이 모자라 심폐소생술(CPR)이 가능한 인원을 모집하고, 시민 여러 명이 발 벗고 나서 CPR을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CPR을 시행한 이후 성추행 혹은 갈비뼈 손상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례를 들며 CPR을 섣불리 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팩트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은 완전무결하지 않다?

출처 :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장 5조

세간에서는 이 응급처치 면책조항이 완전무결하게 의인을 보호하는 법이며, 따라서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아무런 걱정 없이 응급조치하라고 골든타임 운운하며 무책임한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과실이 있으면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응급처치 면책조항은 완전무결하지 않다.

- 나무위키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논쟁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1. 혹시라도 고소를 당할 경우 소송에서 오는 정신적, 시간적, 물질적 피해

2. 사망 시 책임이 전가될 수 있음

 

이러한 걱정은 사실 심폐소생술의 기본을 잘 이행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입니다. 지금부터 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CPR의 핵심 포인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신고만 해도 대부분의 불이익은 막을 수 있다. 

출처 : 대한 심폐소생협회

 

여러분이 쓰러진 사람을 봤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19에 신고하기"입니다. 신고 기록만 남아도 응급상황임을 입증할 수 있으며 구조대원의 지시를 받고 행동을 했다면 완벽한 면책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는 STEP1에서 반응을 확인하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차례 심폐소생술 연습을 하지 않고서야 응급상황에서 바로 뛰어들어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에게 추천해드리는 방법은 사람이 쓰러지면 일단 핸드폰 꺼내서 119를 누르는 것입니다. 

 

119에 신고하고 상황을 설명하면 일단 반응을 확인하는 단계부터 천천히 구조대원이 안내해줍니다. 구조대원의 지시를 받고 행동했다는 증거가 남아있다면 거의 모든 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119 신고내용은 자동으로 녹음되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 

 

 

 

"사람이 쓰러졌어요, 한분은 절 도와주시고 한분은 제세동기를 가져다주세요"

심장마비가 의심되는 환자를 봤을 때 혼자가 아니라면 같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제3자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폐소생술 자체가 가슴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 5사이클을 하게 되면 건장한 남성의 경우도 굉장히 숨이 찹니다. 

 

이태원 압사사고의 경우는 결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심장마비를 치료하는 것은 제세동기입니다. 심폐소생술의 목적은 '제세동기 혹은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심장을 강제로 움직여 몸이 죽어가는 것을 방지'한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습니다. 

 

따라서 10분 20분씩 심폐소생술을 해줄 경우 혼자서는 턱없이 체력이 모자랍니다. 따라서 반드시 교대해줄 사람 / 제세동기 가져다줄 사람을 구하셔야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신고를 구할 사람도 지목하는 것이 맞지만, 앞서 설명드린 대로 쓰러진 사람을 보자마자 신고를 하셨다면 굳이 지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식과 호흡 확인. 맥박은?

심폐소생술의 가장 기본은 "환자의 의식과 호흡 확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심장이 멈췄는데 맥박은 확인 안 하나?"

 

네. 맥박은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의식과 호흡'만 명시해둔 이유는 의료인이나 구급대원, 소방대원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맥박을 확인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식과 호흡이 없는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 이것만 확실히 하면 설령 환자가 사망했다고 하더라고 올바른 구급처치를 시행한 것이므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지면 어떡해? ->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이 정상이다

마지막으로, 성인에서 심장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가슴을 5cm 깊이로 압박해야 합니다. 이 깊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70kg의 성인 남성이 무릎 꿇고 전 체중을 실어 눌러야 하는 정도입니다.

 

심장과 폐를 보호하기 위해 갈비뼈가 있는 것인데, 심장에 자극을 줘야 할 정도로 눌러야 하니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오히려 뼈가 부러질 것을 걱정해 애매한 압박 정도를 이어가면 심폐소생술을 거의 안 한 것과 다름없게 됩니다. 

 

일반인의 경우, 흉부압박만 잘해줘도 생존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뉴스를 비롯한 미디어에서는 언제나 도와줬더니 성추행으로 고소받았다는 식의 자극적인 드라마 같은 게시물이 많은 조회수와 추천수를 받곤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큰 감사를 표합니다. 

 

극히 일부의 사례와 갈라 치기 여론 때문에 구할 수 있는 목숨을 외면하는 사회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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