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상품이 거래되는 증권시장인만큼 거래되는 방법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과거 물물교환의 방식으로 거래가 되던 경우, 구매자는 직접 판매자를 찾아야 했으며, 평준화된 가격도 존재하지 않아 가치평가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발달하면서 점차 조직화가 이루어졌고, 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조직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런던의 구시가지에 있던 선술집 Lloyd's에서 해상보험 산업이 시작되거나, 월스트리의 장외시장과 같이 '거래소'를 상징하는 장소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거래기술이 발달하면서 증권거래 역시 빠르게 디지털화 전철을 밟아나갔고, 우리나라의 MTS, 미국의 로빈후드 같은 거래 앱은 일반대중 역시 다양한 금융상품에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렇다고 앞서 말한 직접 거래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단지 수많은 거래방식 중 하나가 된 것이죠. 오늘 살펴볼 내용은 현재까지 발전해온 증권이 거래되는 시장의 종류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거래되는 방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시장의 유형
금융시장은 직접탐색시장, 중개시장, 딜러시장 그리고 경매시장의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접탐색시장(direct search market)은 가장 원시적인 시장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판매자와 구매자는 서로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합니다. 쉽게 예를 들면, 당근 마켓을 통해 중고 책장을 판매하는 방식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당근 마켓이나 중고장터 같이 플랫폼이 있지만, 과거에 판매자는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고 구매자는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기에 많이 번거로운 거래방식이었습니다. 판매되는 상품들 역시 표준화되지 않은 저가품들이 주를 이루었으며, 시장에서 큰 이득을 얻기는 힘들었습니다.
딜러시장(dealer market)은 특정한 자산에 대해 전문화된 딜러가 거래하는 시장입니다. 딜러는 자신의 계좌로 자산을 구입한 후 구매자에게 증권을 팔아 이익을 얻습니다. 딜러가 산 가격과 판 가격의 차이를 스프레드로 부르며, 구매자들은 스프레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탐색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통시장과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딜러가 수입을 얻으려면 대규모의 거래활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장외시장(over-the-counter market : OTC)이 딜러시장의 예시입니다.
과거의 글에서, 이미 발행된 증권의 거래는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에서 거래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정의에 따라, 장외시장 역시 유통시장의 한 예이기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이미 발행된 증권을 거래하는 일이기 때문에 유통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는 발행 증권 자체의 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단지 소유권이 다른 투자자에게 이전되는 것일 뿐입니다.
중개시장(brokered market)은 직접탐색시장과 딜러시장보다는 한 수준 더 조직화된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중개시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매물로 나와있는 집과 그 집을 구입할 의향이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는데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거래 참여자들이 브로커(공인중개사)에게 업무를 수행하는 대가를 지불합니다. 또 다른 예시로는 발행시장이 있습니다. 기업이 증권을 발행하면, 투자은행이 기업과 일반 대중 사이의 중개인으로 작용합니다. 투자은행은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전달합니다. 미국은 로빈후드와 같은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아예 브로커 앱(broker app)이라고 부릅니다.
또 다른 중개시장의 예시로는 거액거래를 위한 시장으로 여기서는 주식이 대량으로 매매됩니다. 뉴스기사에서 '블록(block)딜'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경우, 중개시장에서 대량의 주식이 거래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대량거래라고 하면 기술적으로 1만 주 이상의 거래를 말하지만 대개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거래를 의미합니다. 이 주식들을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증권거래소에 내놓기보다는 '대량거래 전문회사(block house)'라고 불리는 브로거가 직접 대량거래 상대방을 찾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경매시장(auction market)은 가장 잘 조직화된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는 모든 거래자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자산을 매매합니다. 대표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 NYSE)가 경매시장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경매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상품에서 최선의 가격을 찾기 위해 여러 딜러들을 찾아다니면서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기 때문에 서로 합의되는 가격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판매 가격(ask)과 구매 가격(bit)의 스프레드(spread)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증권시장에서의 경매방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미술품 경매의 방식과는 한가지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시장의 유지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경매시장에서 거래가 아주 많이, 빈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NYSE를 포함한 모든 증권거래소에는 거래량이 충분해야한다는 상장 요건이 있습니다.
경매시장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하는것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편이 가장 빠릅니다. 증권사에 가입하고, 처음 주식을 구매하려고 보면 '호가창'을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구매자들은 주식을 낙찰받기 위해 자신이 주식을 구매하고자 하는 금액을 부르고 주문을 전송합니다.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부르면 구매가 되지 않습니다. 호가창에는 반대로 주식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주식을 자신이 판매하고자 하는 금액을 부르고 주문을 전송합니다. 증권사는 모두의 주문을 모아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원하는 액수가 맞을 경우 한꺼번에 주문을 처리하는데, 이것을 '동시호가'방식이라고 합니다. 주문의 종류에 대해선 다음에 적을 글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