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래 운동을 했다. 살도 많이 빼서 복근도 만들고 바디프로필도 찍은 경험이 있다. 선수만큼 커다란 몸은 없어도, 어디가서 다이어트 좀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내가 훈련소에 있을 당시의 일이다. 생활관에는 뚱뚱한 동기가 한명 있었다. 살면서 운동과는 접점이 전혀 없을것 같았던 그 친구는 쉬는 시간마다 틈틈히 운동을 했다. 훈련소에 온 김에 살을 빼겠다는 심산이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응원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동기가 각성하고 열심히 살을 빼려고 노력하는데, 응원해줘야지. 그런데 당시에 떠올랐던 생각은 정 반대였다. '사회에 있을땐 뭐하다 여기와서 유난을떨어, 그래가지고 살이 빠지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동기가 나에게 피해를 끼친것도 아닌데. 그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뿐인데, 왜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나는 고민 끝에 그 기분이 질투라는것을 이해했다. 아무것도 없는 초보자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며 성취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는 질투가 난다. '쟤는 뭔데 저 실력을 가지고 저렇게 유난을 떨지?'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내는 그동안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기 전에 수반되는 노력은 하찮게 보일 수밖에 없는데, 나는 이부분이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받는 기대가 있고 내가 원하는 이상이 있는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너무나 초라하다. 미완성인 나를 누군가가 관찰해 별거 없는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자신의 노력을 당당하게 공개하는 사람이 질투가 났던 것이다.
이 기저에 깔린 생각을 이해하는 데 욕망의북클럽 5기 회원들의 도움이 받았다. 덕분에 내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도 알아냈다.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하려 계획을 세우다보니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내가 가진 질투의 원인을 파악했다. 사실은 노베이스에서 부끄럼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거름삼아 나 자신을 바꾸려고 한다.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고 얼마나 뚱뚱한지는 아랑곳않고 결심한 즉시 운동을 시작한 내 동기처럼, 목표를 정했으면 타인의 시선 상관없지 도전하는 자세를 본받으려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은 언제나 초라하며, 실수투성이이다. 여기서 초보티를 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점이 아니다. 결국 배우고, 실수하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