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역행자에 가까운 사람이 있었다. 바로 우리 아버지이다.
우리 아버지는 매일같이 책을 읽고, 읽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투자하셨다. 2년간 2시간씩 책읽고 글쓰기? 아버지는 30년을 책을 읽고 글을 쓰셨다.
그렇지만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계셨다. 20살때 이식받은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컨디션이 안좋은 와중에도 출근을 계속 하시다 돌아가셨다. 경제적 자유를 얻지 못했다.
나에게는 이 사건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아버지의 성공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사회에서의 성공을 지겹도록 강조한 아버지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때부터 불로소득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왜 마지막까지 일을하다가 가셨을까 고민했다. 아직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가 쓰이기도 전의 일이다.
역행자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비로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당시 아버지 주변에는 사업하면 망한다는 말이 돌고, 주식 부동산과 같은 불로소득을 죄악시하던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이런 주변 환경이 아버지의 경제적 자유를 방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9일간 초사고 글쓰기를 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아버지는 이미 '성공한 삶'을 갖고 계셨다. 경제적 자유같은 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아버지의 말도안되는 스펙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부장, MBA 대학원 수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40대의 나이에 해외여행도 꾸준히 가고, 큰 불화없는 가정을 꾸리는데 성공했다.
단칸방 반지하에서 5인가족이 함께 지내던 어린시절 아버지의 꿈은 가난을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꿈을 이루었다. 경제적 자유를 얻지는 못했지만 성공한 인생을 사셨다.
그래서 나는 경제적 자유를 얻지 못한 경우를 크게 2가지로 분류하고 싶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싶지만 실행력의 부족 등으로 도달하지 못한 사람
성공의 척도가 '경제적 자유'가 아닌 사람
나는 전자에 해당하고 아버지는 후자다. 내 꿈은 여전히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더이상 아버지를 핑계거리로 삼지 않기로 했다. 당신은 충분히 대단하고, 성공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