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부님에게서 의사라는 타이틀이 빠지면 뭐가 남으세요?" 저번주 북클럽에서 나에게 날아온 질문이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오고, 성실하고, 시키는 일은 제가 남죠. 공부한것은 어디 안가니까요" 내가 대답했다. 내가 항상 고민하던 주제이기 때문에 나름 멋있게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에 "공부도 안했다면요? 자기에게 아무 베이스도 없다면요?" 라는 질문이 날아왔을 때는 제대로 대답을 못했었다.
저번주의 주제는 좋아하는일만 하며 살기. 그리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나 행동을 통해 좋아하는것을 역으로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없는 초보자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며 성취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싫다고 했었다. 위의 대화는 당시에 내가 클럽원들과 나누었던 대화였다.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이룬 성취와 타이틀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알았다. 아무 베이스도 없이, 초라한 결과물을 내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낮설었던 것이다. 어제 초사고 글쓰기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한번 더 정리할 수 있었다.
[초사고 글쓰기 3회차] 나는 도전하는 사람을 질투한다.
나는 꽤 오래 운동을 했다. 살도 많이 빼서 복근도 만들고 바디프로필도 찍은 경험이 있다. 선수만큼 커다란 몸은 없어도, 어디가서 다이어트 좀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내가 훈련소에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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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읽은 책 럭키드로우에서 정확히 나를 겨냥하고 말한 듯한 문단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보통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부터 알아보려고 한다. 알고 시작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때로는 '아는것'이 우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고, 그 일을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기도 한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느라 시작부터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다. 내가 오르고자 하는 길을 선택했다면 생각은 잠시 꺼두고 일단 시작하자. 내가 오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다른 사람이 써놓은 블로그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부딪혀 판단하자.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참 많다. 그 중에는 잘하면 책에 나온 이키가이(잘하는것, 좋아하는것, 세상이 좋아하는 것, 돈을벌수있는것)가 될 만한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분야에 본격적으로 파고들기위해 리서치를 하다보면 이미 나보다 앞서서 실행을하고 멋지게 자리잡아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도 레드오션이구나... 하면서 마음을 접곤 했다.
우리가 성장하고자 하는 분야에는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당신이 이야기하려는 메세지를 이미 전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때 그들을 경쟁자라고 생각하면 당신은 아주 힘든 싸움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와 비슷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내가 진입하고자 하는 시장을 먼저 개척해주고 사람들의 수요를 증명해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함께 파이를 키우려고 해야지, 그들의 파이를 빼앗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보자.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댓글을 통해 살펴보자.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에 공감하는지, 내 콘텐츠는 그들과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바로 이것이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소통 전략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게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내 생각을 크게 뒤집힌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기위해 더 많은 리서치를 하고 완벽한 준비에 열을 올렸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계속 부족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찾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미 내가 좋아하는일에 도전하기 충분했던 것이었다.
언젠가 서점에서 럭키드로우의 도입부를 읽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흔히 보이는 유튜브로 성공하는 법 정도 알려주는 책인줄 알고 도로 가져다 놓았었다. 이번에 책을 끝가지 읽으면서 이 책을 선택한 클럽장님에게 참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담백하게 적힌 인생스토리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고, 재미가 있었다. 저자의 경험에서 얻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그동안 준비가 덜 되었다면서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고 있던 나 자신에게 이제는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치 어릴적 부모님과 함께 이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생일선물을 고르는 느낌이다. 나는 이제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 중에서 하나 고르기만하면 된다. 고르는 시간도 즐겁다.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하고있을지 상상하게 된다. 참 행복하다.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늘 계획이 아닌 기회를 따라갔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른 채 그저 내 앞에 놓인 기회를 좇았다.
5기 북클럽도 오늘 모임이 마지막이다.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좋은 기회가 될까 싶어 충동적으로 신청했던 북클럽이 나에게 다양한 시도의 길을 열어줄줄은 몰랐다. 4주동안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침 책에서도 계획보다 기회를 따라가는 내용이 나와서 인용해보았다. 나는 이 북클럽에 신청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