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 2022. 7. 21. 16:36

마음의 방 정리하기 - [아티스트웨이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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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 때 트럼펫을 배운적이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장근석이 트럼펫으로 '왕벌의 비행'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트럼펫으로 부르는 왕벌의 비행은, 빠르게 부를 땐 어렵지만, 천천히 하나씩 부르면 부를만 하다. 음악을 막 배우기 시작해도 첫소절 정도는 연주 할 수 있다(물론, 매우 느리게). 하루는 연습실에서 첫소절 연주를 하는데,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 한분이 들어오신다.

 

 

 

"방금 불렀던거, 악보를 한번 줘볼래?" 할아버지가 나에게 물어왔다. 트럼펫은 소리가 매우 큰 악기이다. 방음이 되는 연습실이지만 밖에서 나의 연습소리가 들렸나보다.

 

"악보는... 없어요"

 

"그러지말고, 내가 어쩌면 도와줄 수 있을것 같은데?"

 

"...."

 

 

 

나는 마지막까지 악보를 보여주지 않았고, 아저씨는 포기하고 음악실 밖으로 다시 나가셨다. 나중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아저씨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밴드로 파견나온 지휘자이자, 트럼펫을 매우 잘 하시는 분이었던 것 같다. 영화였다면, 주인공은 이걸 계기로 스승을 만나 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기회를 잡을 정도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당시 나는 트럼펫을 배운지 3달이 조금 된 초보자였다. 그리고 왕벌의 비행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부족한 실력의 내가 커리큘럼을 무시하고 끝판왕을 넘보는 것을 들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당장이라도 "어딜 음계도 제대로 못부르는 애가 왕벌의 비행을 불러?!" 누군가 혼을 낼것만 같았다. 비록 배움의 기회를 놓쳤지만, 천천히 실력을 키워 완벽하게 성장하고 왕벌의 비행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학교를 졸업하고나서 트럼펫 연습은 점점 소흘해지게 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아직도 왕벌의 비행을 부르지 못한다.

 

 

 

나는 살면서 다양한거를 조금씩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트럼펫과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고등학교 때 잠깐 배운 그림은 인체비율 공부를 하다 수능준비한다고 관뒀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댄스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열심히 학원도 다녔지만, 실습과 국가고시를 준비한다고 관두었다. 보컬 트레이닝도 받아본 적이 있다. 결과는 동일하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면서 나는 삶을 한번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나는 현재 '아티스트'와는 관련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가르쳐준 대로 시험을 잘 본 덕에 의사가 되었다. 시키는 일은 잘 한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나만의 무언가'를 언제나 갈망하고 있었다.

 

 

 

이 책은 "창조성을 탐험하러 나선다는 것은 신, 즉 자연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여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부족함은 창조를 멀리해서 그런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적을 것들이 정말 많다. 모닝페이지를 비롯해서 내면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많은 즐거움을 얻었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게 적은 것들 중 하나이다.

1. 재미있을 것 같은 취미를 다섯가지 적는다.
2. 재미있을 것 같은 강좌를 다섯가지 적는다.
3.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해볼 엄두는 나지 않는 일을 다섯가지 적는다.
4. 갖고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은 재주를 다섯가지 적는다.
5. 예전에 즐겁게 했던 일을 다섯가지 적는다.
6.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바보스런 일을 다섯가지 적는다.

 

잔뜩 쌓인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깨끗한 접시를 보면 나는 마음이 매우 편안해진다. 내면의 생각을 적는 행위는 이와 비슷한 편안함을 선사해준다. 7시 30분에 출발해야하는데 6시 반에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적고 출발한다. 40분 낮잠을 자는 것보다 정신은 더 또렷하고 기분도 더 좋다.

 

우리는 걸핏하면 자신을 억제하면서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변명거리가 아니다. 진짜 걸림돌은 움츠러든 우리의 기분이며 힘없는 우리의 감각이다. 예술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그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아티스트웨이 198p

 

대학교 졸업까지 계속 달려온 나에게 필요한 건 더 열심히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럼펫을 불 때 처럼, 커리큘럼에 너무 신경쓴 나머지 기초만 하다 끝낸 취미가 너무 많다. 시험이 코앞이라고, 학원갈 돈이 없다고 배우지 못한것들이 많다.

 

 

 

책에서 가장 강렬했던 것은 카를 융의 '동시성'이라고 부른 원리 였다. 사건들이 우연히 맞물려 일어나는 것. 트럼펫을 시작한 나에게 마침 선생님이 들어오는 것도 '동시성'에 해당할 것이다. 1~2년 치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신선한 시각이었다.

 

나는 자신이 어떤것을 '할 수 있는지' 절대로 물어보지 말라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대신 그것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메어둔다. 곧 놀라운 일이 일어날 테니까.

아티스트웨이 128p

 

나는 이제 안전벨트를 단단히 메려고 한다. 욕망의 북클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고, 글을 쓰며 마음껏 창조성을 개방하려 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기대가 된다. 기분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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