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으면 당신이 세운 계획을 왜 지키기 힘든지 알게된다. 그리고 계획을 2배 더 잘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다른 사람이 될꺼야!" 하고 부푼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침에 공복 유산소 운동, 점심 먹으며 영어단어 공부, 오후에는 자기계발 서적 읽고 초사고 글쓰기 하기, 저녁에는 구독해둔 경제 유튜브 보며 공부하기. 잔뜩 계획을 적는다. 꾸준히 지키면 당장에라도 신사임당 유튜브에 게스트로 초대 받을 것만 같다.
아쉽게도 완벽한 계획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고난이다. 옷갈아입고 유산소운동을 갈까말까 수십번 고민하면 벌써 점심이다. 영어단어를 공부하면서 점심을 먹자니 체할것 같다. 유튜브 좀 봐야 속이 풀릴 것 같다. 정신차리면 오후 3시. 부랴부랴 책을 들지만 유튜브 내용이 아른거리면서 집중이 안된다. '저녁까지 글도 써야하는데' 걱정이 쌓인다. 책을 50페이지 쯤 읽고 챕터 3 정도에 도달했으면 잠깐 쉰다. 글도 어느정도 써본다. 생각보다 어렵다. 벌써 저녁이다. 저녁먹으면서 경제 유튜버 삼프로를 보자니 정말 지루하다. 바로 옆에 추천 목록에 올라온 '슈카월드'의 썸네일이 눈에 띈다.
밤이 되어 하루를 되돌아본다. 이런식이면 부자되긴 힘들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안다. 그치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우울하다. 계획을 다 지키진 못했지만 나름 책도 읽고 글도 썼다. 경제 유튜버(슈카월드)도 봤다. 그래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아무것도 안하고 게임만 하는 백수보다는 내가 낫다는 생각을 하며 뿌듯하게 잠이 든다.
위의 사례가 익숙한가? 자기계발을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거쳐가는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의지 하나만으로 계획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유전자 오작동'이라고 불리는 클루지가 계획을 실행하려는 족족 간섭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클루지가 어떤 방식으로 클루지가 작동하는지 이해한다면, 계획을 지키는데 수반되는 불편함을 이겨낼 의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실행을 못하는 이유 1 : 하던대로하는 것이 편하다.
우리 뇌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진화해왔다. 그렇게 완성된 개념이수동 뇌와 자동 뇌 시스템이다.
수동 뇌는 복잡한 사고와 연산이 가능하지만 효율이 나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는 수동 뇌를 쓰게 된다.
반면 자동 뇌는 우리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할 일을 진행한다. 우리는 저녁에 뭘먹을지 고민하면서 집에 가다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해있다. 이때 뇌는 어느길에서 좌회전을할지 우회전을 할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자동 뇌는 이처럼 익숙한 일에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하던대로 하는 것이 편하다'. 에너지를 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기 힘든 것처럼, 뇌 역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물며 밥도 먹고 영어단어를 공부하라는 건 뇌보고 저글링을 하며 전력질주 하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실행을 못하는 이유 2 : 실행자와 계획자는 다른 사람이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교수는 '쌍곡형 할인'이라는 개념을 통해 왜 우리가 신년계획에 실패하는지 증명한다. 요약하자면 사람들이 먼 미래를 계획할 때는 보상을 고평가 하면서(낮은 할인율), 가까운 미래의 보상은 저평가 한다는 것이다(높은 할인율).
신년계획을 세울 때는 운동을 해서 얻을 보상을 매우 높게 평가하지만, 막상 계획을 고통을 감내하며 실행하는 시점이 되면 우리는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얻게될 보상을 저평가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운동을 포기할 이유를 찾고 음식을 먹는 자기 행동을 합리화 할 이유를 찾는다.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계획자와 눈앞의 쾌락을 추구하는 실행자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기계발은 불편하다. 알고만 있어도 실행이 수월하다.
이제 당신은 새로운 도전에 불편함이 따라온다는 것을 알았다. 축하한다. 이것만으로 이전과는 다르게 계획을 지킬 확률이 늘어났다.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합리화가 끼어들 공간이 줄어들어서 그렇다. '이러다 체할 것 같은데 밥먹으면서는 걍 유튜브 봐야겠다' 에서 '불편한걸 보니 잘하고 있군' 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계획을 지켜왔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동안 계획을 지키는 것이 편안했다면 느슨한 계획을 잡은 것이다. 물론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클루지를 아는 것만으로 아침에 일어날 확률은 2배 늘어난다. 앞으로 계획을 실행할 때 지치고 피곤해 클루지가 발동할 때 쯤에겐 나에게 한번 속삭여주자.
"불편하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